2026. 7. 15. 03:19ㆍ시즌 2 | AI 도구와 실험

시즌 2의 마지막 편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저는 이 블로그에 시즌 1의 20편, 시즌 2의 20편을 합쳐 40편의 글을 썼습니다. 시즌 1은 웹과 앱,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같은 기초 개념을 다뤘고, 시즌 2는 요즘 뜨는 AI 도구와 개념들을 비전공자의 시선에서 실제로 굴려본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이 6개월의 관찰을 한 번 정리해두려 합니다. 특정 도구나 개념 하나를 다루는 편이 아니라, 비전공자로서 개발자 세계에 발을 담그면서 알게 된 이 세계의 언어에 대한 회고입니다.
시즌 1 3주차와 6주차의 감각을 다시 소환해, 조금 긴 호흡의 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시즌 1 첫 편을 쓸 때 저는 이런 상태였습니다.
- IT 비전공자로 회사에서 가전제품 매뉴얼을 쓰는 Technical Writer
- 개발자들과 자주 대화하지만, 그들의 세계 언어를 60~70% 정도만 알아듣는 상태
- DevOps와 DevRel로 커리어를 넓히고 싶다는 방향은 있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던 시점
- 매일 개발자 뉴스레터를 열지만, 반쯤은 알아듣고 반쯤은 넘기던 상태
이 상태에서 저는 하나의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개발자 세계의 개념을 한 주에 하나씩, 저의 언어로 다시 쓰기. 그게 시즌 1이었고, 그 흐름을 이어 요즘 뜨는 AI 도구까지 확장한 것이 시즌 2였습니다.
🧠 6개월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
정직하게 회고하면, 세 가지가 바뀌었습니다.
첫째, 개발자 세계의 언어가 훨씬 잘 들립니다.
시즌 1에서 다룬 웹과 앱,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API, 자료구조, 기술문서와 DX 같은 개념들이 지금은 저의 언어가 됐습니다. 시즌 2에서는 AI 에이전트,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MCP, Agentic Workflow, 바이브 코딩 같은 개념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죠. 여전히 모르는 것이 훨씬 많지만, 아는 것 위에 새 개념을 얹는 방식이 몸에 익었습니다.
둘째, 개발 관련 도구를 실제로 굴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시즌 2를 지나오면서 저는 Cursor로 스크립트를 만들었고, Claude Projects를 세팅했고, 나만의 GPT를 발행했고, skill.md 파일을 여러 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도구들은 이제 "개발자만의 것"이 아니라 저의 일상 도구가 됐습니다. 시즌 1 시작 때의 저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셋째, 저의 자리가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시즌 2-17편에서 정리한 것처럼, 저는 초안을 자동화하고 마감을 책임지는 자리, AI와 사람을 통역하는 자리, 관점을 축적해 팀의 방향을 문서로 남기는 자리를 커리어의 세 축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세 축은 6개월 전에는 흐릿했는데, 지금은 훨씬 선명합니다.
🎯 개발자 세계가 움직이는 언어들
이 시즌을 관통해서 저에게 남은 "개발자 세계의 언어" 몇 개를 회고 삼아 정리해두겠습니다. 이건 시즌 1과 시즌 2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 같은 감각들입니다.
하나, "쪼갠 뒤 다시 합친다"는 감각
프론트엔드/백엔드로 웹을 쪼갠 것도, 마이크로서비스로 서비스를 쪼갠 것도, MCP로 도구 연결을 쪼갠 것도, skill.md로 매뉴얼을 쪼갠 것도, 모두 같은 감각의 다른 얼굴입니다. 크게 만들지 말고, 잘게 쪼갠 뒤 다시 합치기. 이건 개발 세계 어디에서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언어였습니다.
둘, "재사용 가능한 조각을 축적한다"는 감각
API도 그렇고,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도 그렇고, skill.md도 그렇고, Claude Projects도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말고 이미 만든 것을 다시 쓰는 방식. 자산화 감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이 감각이 개발 세계 생산성의 핵심이었습니다.
셋, "명확한 규격 위에서 협력한다"는 감각
HTTP 프로토콜, JSON, REST API, MCP, 오픈소스 라이선스 등. 개발 세계는 각자 다른 회사, 다른 사람이 만든 것들이 서로 붙어 돌아가는 세계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명확한 규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규격이 없으면 협력도 없습니다.
넷, "실패를 문서로 남긴다"는 감각
시즌 1의 기술문서 편, 시즌 2-13편의 첫 자동화 시행착오, 오픈소스의 이슈 트래커 문화까지. 개발자 세계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성실하게 기록하는 세계였습니다. 실패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다음 사람이 밟지 않을 계단이라는 감각. 이건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문화적 특징이었습니다.
다섯, "감독하고 마감하는 자리가 오히려 중요해진다"는 감각
시즌 2 후반부에서 반복해서 확인한 흐름입니다. AI가 여러 작업을 대신할수록, 오히려 최종 판단을 하는 사람의 자리가 뚜렷해집니다. 대체가 아니라 이동입니다. 자리의 이동이 두려운 게 아니라, 어디로 이동하는지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 시즌 1과 시즌 2를 관통하는 축
두 시즌을 관통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세 축이 있습니다. 이걸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축 시즌 1에서의 얼굴 시즌 2에서의 얼굴
| 분해와 재조합 | 프론트/백 분리, 마이크로서비스 | skill.md 조합, MCP, Agentic Workflow |
| 자산화와 재사용 | API, 라이브러리, 기술문서 | Claude Projects, 나만의 GPT, 자동화 워크플로 |
| 문서를 통한 협력 | 좋은 사용자 설명서, DX | AI를 위한 문서, 커뮤니티 기여 |
두 시즌은 다른 소재를 다뤘지만 사실 같은 축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것이 저에게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개발자 세계는 소재만 달라질 뿐, 같은 언어 패턴이 여러 형태로 반복되는 세계라는 관찰입니다.
💭 정직한 회고: 헤맸던 것들
이 시즌들이 매끄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정직하게 남겨두면 좋겠는 몇 가지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하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쓰려다 시작을 미룬 편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즌 2-5편의 MCP 편은 초안을 쓰기 전에 며칠 자료만 훑었습니다. "다 이해한 뒤에 써야지"라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결국 쓰기 시작하고 나서 오히려 더 잘 이해됐습니다. 완벽한 이해 뒤에 쓰기가 아니라, 쓰면서 이해가 자라는 방식이 저에게 더 맞았습니다.
둘, 도구를 너무 많이 벌여놓았습니다. 시즌 2 중반쯤 저는 Notion AI, Claude Projects, Cursor, Perplexity, Deep Research, 나만의 GPT를 모두 동시에 쓰고 있었습니다. 도구가 많으니 오히려 헷갈렸습니다. 지금은 이 중 서너 개로 좁혀서 씁니다. 도구는 축적이 아니라 정선이 중요합니다.
셋, 어떤 편은 톤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특히 시즌 2 중반부 몇 편은 정보 밀도를 높이려다 오히려 시즌 1에서 지키던 "비전공자 친구가 읽어도 도망 안 갈 도입부"의 감각이 옅어졌습니다. 다음 시즌이 있다면 이 감각을 다시 앞으로 끌어올리려 합니다.
🎯 시즌 2가 저에게 남긴 것
한 시즌이 저의 커리어와 정체성에 남기는 것을 정리해봅니다.
첫째, 아카이브의 무게가 생겼습니다. 40편의 글이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어 저의 이력서 뒤에 붙어 있습니다. 채용 담당자가 이걸 읽으면 저에 대해 이력서 몇 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즌 2-17편에서 다뤘던 관점 전달형 문서의 축적이라는 개념이 저 자신에게 실체가 됐습니다.
둘째, 반복 가능한 방법론이 몸에 붙었습니다. 개념 하나를 잡아, 비유로 관철하고, 도구로 실제 굴려보고, 관찰을 정리해 문서로 남기는 흐름. 이 흐름은 이제 저의 사고 습관이 됐습니다. 다른 주제에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뼈대입니다.
셋째, 개발자 커뮤니티 안에서 대화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겼습니다. 아직 반쪽입니다. 하지만 시즌 시작 때의 저와 비교하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반쪽을 채워가는 여정이 다음 시즌의 목표가 될 것 같습니다.
🔗 시즌 1 회귀: 첫 문장으로 돌아가기
시즌 1의 첫 문장을 저는 기억합니다. "비전공자인 내가 이걸 왜 알아야 하지? 라는 질문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이 문장이 40편의 뿌리였습니다.
지금 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갖고 있습니다.
- 왜 알아야 하는가: 저의 자리가 개발자 세계와 이어져 있고, 그 세계의 언어를 아는 사람만이 그 자리에서 진짜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 얼마나 알아야 하는가: 완벽할 필요 없고, 대화가 통할 정도면 충분
- 어떻게 알아가는가: 개념 하나씩, 비유 하나씩, 도구 하나씩, 저의 언어로 다시 쓰면서
이 답은 시즌 시작 때의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40편의 글을 쓰면서 저 자신에게 확인시킨 답입니다.
💭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 흐름
이 편은 마무리이지만, 시즌 자체가 끝은 아닙니다. 다음 시즌은 아마 이런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 직접 만들어보는 것의 비율을 늘리기: 개념 소개보다 손을 움직이는 편의 비중을 늘리기
- 팀 관점의 이야기 시작하기: 개인 워크플로에서 팀 워크플로로 시선 확장
- 오픈소스 첫 기여 실험: 시즌 2-19편에서 남겨둔 이야기의 실전
- DevRel과 DevOps 관련 실제 케이스 인터뷰: 저 혼자의 관찰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관찰을 겹치기
다음 시즌이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다만 이 블로그의 정체성인 "비전공자의 기술 설명 아카이브"는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 Technical Writer와 DevRel 관점에서 마지막으로
시즌 2를 마무리하면서 저에게 남은 관점을 정리해두겠습니다.
Technical Writer로 시작한 저의 강점은 문서 감각입니다. 이 감각은 AI 시대에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자리가 넓어지고 있다는 관찰을 시즌 2 내내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저의 다음 자리는 문서 감각 위에 개발 이해와 커뮤니티 감각을 얹은 자리입니다. 그게 DevRel이든, DevOps이든,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방향은 명확해졌습니다.
이 블로그는 그 방향으로 걸어가는 저의 발자국을 담은 아카이브입니다. 40편의 발자국이 이제 하나의 길이 되어 있고, 앞으로 그 길을 이어가려 합니다.
📌 정리 — 시즌 2 전체 봉인
- 6개월간 40편: 시즌 1 기초 개념 20편 + 시즌 2 AI 도구/개념 20편
- 바뀐 세 가지: 언어가 들린다, 도구를 굴린다, 자리가 명확해졌다
- 개발자 세계의 반복 언어: 쪼개고 다시 합친다, 재사용 가능한 조각을 축적한다, 명확한 규격 위에서 협력한다, 실패를 문서로 남긴다, 감독하고 마감하는 자리가 오히려 중요해진다
- 두 시즌 관통 축: 분해와 재조합 / 자산화와 재사용 / 문서를 통한 협력
- 정직한 시행착오: 완벽 이해 뒤 쓰기의 함정, 도구 남발, 톤 무거워짐
- 남은 것: 아카이브의 무게, 반복 가능한 방법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대화할 언어
- 한 줄 봉인: 비전공자의 자리는 개발자 세계 바깥이 아니라, 그 세계와 다른 세계 사이의 다리 위에 있다
시즌 1 첫 편부터 여기까지 함께 걸어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블로그는 저의 성장 기록이자, 비슷한 자리에서 걷고 있는 분들에게 던지는 작은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음 시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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