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17편. AI가 대신 코딩하는 시대, 문서 쓰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2026. 7. 13. 02:16시즌 2 | AI 도구와 실험

 

지난 편에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결국 이 질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AI가 코드까지 대신 쓰는 시대에, 문서를 쓰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이 질문은 사실 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Technical Writer로 일하고 있고, DevOps와 DevRel 쪽으로 커리어를 확장하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AI가 코드를 대신 쓰고, 문서 초안도 대신 쓰고, 심지어 리서치까지 대신하는 시대에 저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은 정직하게 저의 관찰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뜬구름 잡는 미래 전망이 아니라, 지금까지 시즌 2에서 실제로 여러 도구를 굴려보면서 몸으로 얻은 관찰들입니다.

그전에 짧은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아래 두 문단을 읽어보세요. 둘 다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도입부입니다.

A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애플리케이션을 독립적으로 배포 가능한 작은 서비스들의 모음으로 구성하는 아키텍처 스타일이다. 각 서비스는 자체 프로세스에서 실행되며 경량 메커니즘(주로 HTTP 리소스 API)으로 통신한다.

B

처음 이 개념을 들었을 때 저는 이런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왜 굳이 하나로 되어 있던 걸 쪼개야 하지?"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앱이 커질수록, 한 덩어리로 관리하는 비용이 쪼개서 관리하는 비용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입니다.

두 문단은 같은 사실을 전하지만, 독자가 계속 읽고 싶어지는 정도는 다릅니다. A는 정보를 주지만, B는 독자를 자기 자리에 남아 있게 합니다.

AI는 지금 A 같은 문단을 상당히 잘 씁니다. 하지만 B 같은 문단은 여전히 사람이 훨씬 잘 씁니다. 이 차이가 이번 편의 뼈대입니다.

🎯 두 종류의 문서

먼저 문서를 두 종류로 나눠보려 합니다. 이 구분이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 정보 전달형 문서: 사실을 정확히 옮기는 문서. API 스펙, 개념 설명, 사용법 등
  • 관점 전달형 문서: 사실 위에 사람의 판단, 경험, 방향이 얹힌 문서. 튜토리얼, 아티클, 회고 등

AI가 잘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대체로 정보 전달형입니다. 사실 자체는 결국 여러 곳에 있는 자료를 잘 종합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반면 관점 전달형은 사람의 몫이 훨씬 큽니다. 사실 위에 자기 관점과 판단이 얹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 셰프와 요리사 비유

시즌 2에서 자주 써온 요리 비유를 여기에도 적용해보겠습니다.

  • 정보 전달형 문서 = 조리법(레시피) 카드: 재료와 순서를 정확히 옮기는 것이 목적. 이건 AI가 대체할 여지가 큽니다
  • 관점 전달형 문서 =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 이야기: 왜 이 요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무엇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는지의 이야기. 이건 사람의 몫

AI는 좋은 조리법 카드를 잘 씁니다. 다만 셰프가 요리에 담아낸 의도까지 대신 쓰지는 못합니다. 문서 쓰는 사람의 자리가 그 두 번째 자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저의 관찰입니다.

🛠️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시즌 2를 지나오면서 저는 여러 AI 도구로 문서를 다뤄봤습니다. 그 경험에서 얻은 관찰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가 잘하는 것

  • 표준적 형식의 문서 초안 만들기 (API 문서, 사용법, 튜토리얼 뼈대)
  • 이미 있는 자료를 종합해 요약하기
  • 문법과 톤 다듬기, 문장 리듬 정리
  • 여러 언어로 번역하기
  • 같은 내용을 다양한 대상에 맞게 리라이트하기

AI가 여전히 못하는 것

  • 저자의 관점이 담긴 판단: "이 흐름은 왜 중요한가"에 대한 사람의 해석
  • 직접 경험한 시행착오의 정직한 기록: 실패의 뉘앙스는 지어내기 어려움
  • 독자와의 정서적 연결: "나도 처음엔 몰랐다"는 정직한 자기 노출은 사람만 진짜로 할 수 있음
  • 맥락 판단: 이 회사, 이 팀, 이 독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
  • 저자의 정체성이 배어 있는 톤: 저의 블로그를 저의 블로그답게 만드는 개성

이 목록을 보면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잘하는 것은 대체로 "표준화 가능한 것"이고, 못하는 것은 대체로 "저자에게 고유한 것"입니다.

📊 AI 시대 문서 작성자의 기술 지도

이 관찰을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영역 AI 대체 정도 사람의 몫

API 스펙 문서 대체로 대체 가능 검토와 최종 확인
튜토리얼 뼈대 초안 자동 생성 시행착오 기록, 톤
개념 설명 상당히 대체 가능 비유의 신선함, 관점
회고와 인사이트 거의 대체 불가 저자의 판단이 뼈대
팀 문서 관리 요약과 검색은 대체 우선순위와 큐레이션
사용자 페르소나 이해 부분 대체 실제 인터뷰와 판단

이 표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어느 영역도 완전히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의 자리가 옮겨갑니다. 초안을 짜는 자리에서 판단하고 마감하는 자리로 이동합니다.

💭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저는 이 흐름 앞에서 세 가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AI가 쓴 초안을 잘 마감할 수 있는 감각을 기릅니다.

시즌 2를 지나오면서 저는 여러 도구가 만든 초안을 다듬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AI가 잘 쓰네"라고 감탄만 했는데, 굴려볼수록 초안과 완성본 사이의 거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톤이 살짝 어긋난 부분, 사실관계가 애매한 부분,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 이걸 알아채고 다듬을 수 있는 감각이 앞으로의 기본기가 될 것 같습니다.

둘째, 저의 관점이 담긴 문서를 꾸준히 축적합니다.

이 블로그가 그 실천입니다. 시즌 1에서 20편, 시즌 2에서 또 20편을 쓰면서, 저는 저의 관점이 담긴 아카이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아카이브는 AI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자, 저 자신의 커리어 자산이 됩니다.

셋째, 최소한의 코드와 시스템 이해를 붙여둡니다.

시즌 2-10편에서 다뤘던 Cursor 경험이 여기에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코드를 스스로 다 짤 필요는 없지만, 파일 구조와 실행 흐름을 대략 이해할 수 있어야 개발자와 대화할 때 통역이 됩니다. 이 기본기가 있어야 저의 문서가 개발자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 원칙 나열 후 한 줄로 봉인해보면

몇 주 이 질문을 붙들고 있으면서 저는 저 자신에게 다음 원칙들을 정리했습니다.

  • 초안은 AI에게, 마감은 사람에게
  • 정보 전달은 자동화하되, 관점 전달은 스스로 지킬 것
  • AI가 잘하는 것에서 자리를 다투지 말고, 잘 못하는 것에서 자리를 만들 것
  • 정직한 자기 노출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
  • 문서 감각은 사람용에서 AI용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 원칙들을 한 줄로 봉인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문서 쓰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자리가 옮겨간다.

이 문장은 저에게 위안이자 방향입니다. 사라진다는 것과 옮겨간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 시즌 1과 시즌 2를 관통해온 축

이 편은 시즌 1과 시즌 2를 관통하는 커리어 축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시즌 1 6주차에서 저는 좋은 문서의 조건을 정리했습니다: 인지 부하를 낮추고, 결과 중심으로 쓰고, 오류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것
  • 시즌 2-1편의 skill.md는 그 원칙이 AI 독자를 향한 문서로 확장된 형태였습니다
  • 시즌 2-4편의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문서 설계와 정확히 같은 감각을 AI에 적용하는 이야기였습니다
  • 오늘 편은 그 축의 마무리 문단이기도 합니다: 좋은 문서 감각을 가진 사람의 자리는 오히려 넓어진다는 관찰

즉, 시즌 1부터 지금까지 저는 계속 같은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다루고 있었던 셈입니다. 문서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이요.

🎯 Technical Writer와 DevRel 관점에서 다시

AI 시대에 Technical Writer와 DevRel의 자리를 저는 이렇게 봅니다.

  • 초안 자동화 위에 사람의 판단을 얹는 사람: 대규모의 문서 파이프라인이 자동화될수록, 그 마감을 책임지는 사람의 자리는 오히려 뚜렷해집니다
  • AI와 사람을 통역하는 사람: 팀이 AI 도구를 어떻게 다룰지 정하는 자리에서 문서 감각을 가진 사람이 필요해집니다
  • 관점을 축적해 팀의 방향을 문서로 남기는 사람: 회고, 사례 정리, 원칙 문서를 잘 쓰는 사람은 앞으로도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세 방향을 모두 준비해가려 합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가 그 준비의 증거이자 축적입니다.

📌 정리

  • AI가 잘하는 문서: 정보 전달형 (표준 형식, 종합, 톤 다듬기)
  • AI가 못하는 문서: 관점 전달형 (판단, 시행착오, 정서적 연결, 저자의 톤)
  • 자리 이동: 초안 짜는 자리에서 판단하고 마감하는 자리로
  • 세 가지 준비: 마감 감각 기르기 / 관점 아카이브 축적 / 최소한의 시스템 이해
  • 핵심 원칙: 초안은 AI에게, 마감은 사람에게. 잘하는 것에서 다투지 말고 못하는 것에서 자리 만들기
  • 한 줄 명제: 문서 쓰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자리가 옮겨간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 개념 소개로 돌아가겠습니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단어, Agentic Workflow가 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시즌 2-13편에서 저의 첫 자동화 워크플로를 만들면서 이 단어를 여러 번 마주쳤는데, 그 개념을 이번에 한 번 명확히 정리해두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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